UAE 원유 긴급 구매, 정부지원금과 함께 살펴본 고유가 대응 전략
UAE 원유 긴급 구매, 정부지원금과 함께 살펴본 고유가 대응 전략
최근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를 긴급 구매하기로 합의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1차분 600만 배럴에 이어 강홍식 비서실장의 발언처럼 추가 1,800만 배럴까지 포함하면 총 2,400만 배럴을 확보한 셈입니다. 우리나라 하루 원유 소비량이 약 280만~290만 배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약 8~9일치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2주가 중요한 이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주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이란산 원유는 유조선을 통해 일부 나오고 있지만, 쿠웨이트나 사우디 같은 다른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송이 차단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저장 탱크는 이미 가득 찬 상태이기 때문에, 2주 이상 수출이 막히면 정제 시설을 셧다운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가동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4월 초까지 수급이 막힌다면, 두바이유를 주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들어오는 유조선이 한 척도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확보한 비축분을 사용해야 하는데, 하루하루가 소중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2,400만 배럴이라는 물량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정부는 최악을 감안해 지속적인 원유 수급 관리를 해야 합니다.
정부지원금과 요일제, 민간 규제 가능성은?
이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정부지원금과 함께 차량 운행 제한 조치입니다. 현재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승용차 요일제가 시행 중이지만 강제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91년 걸프전 당시 민간까지 포함한 10부제가 시행된 바 있습니다. IMF 때는 공공기관 위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민간까지 포함하는 5부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10부제는 차량 번호 끝자리 0~9를 요일별로 나누는 방식이고, 5부제는 두 개 번호를 묶어 요일마다 제한하는 더 강력한 조치입니다.
요일제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쟁점들
| 구분 | 10부제 | 5부제 |
|---|---|---|
| 제한 대상 | 번호 끝자리 1개 | 번호 끝자리 2개 |
| 강도 | 상대적 약함 | 매우 강함 |
| 시행 경험 | 1991년 걸프전 | 검토 중 |
문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그리고 생계형 화물차에 대한 예외 적용 여부입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허용하고 내연기관차만 제한하는 차별적 규제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또 화물차 기사분들의 생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난제로 남습니다. 명확한 검증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당국은 일괄 규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정부는 이미 석유 가격 최고제를 실시했습니다. 이는 기름값이 비싸면 자연스럽게 운행을 줄여야 하는 시장 원리를 다소 왜곡하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최고가제로 가격 부담을 낮춰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요일제로 운행을 차단하는 모순이 생깁니다. 이 두 정책은 미스매치입니다. 따라서 요일제를 실제 도입하려면 최고가제를 폐지하거나 조정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전쟁 추경, 정부지원금 규모와 방향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지원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10조 내외(8~9조) 규모가 거론됐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20조까지 규모를 높여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10조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추경이 '전쟁 추경'이자 '고유가 추경'이라는 성격입니다. 따라서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 방식보다는, 유가 상승으로 직접적 피해를 보는 업종이나 계층을 타게팅하는 선별적 지원이 적절해 보입니다. 보편적 지원은 선거를 앞두고 '표심용 돈 풀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고, 더 큰 문제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상 추경 규모 비교
| 구분 | 초기 전망 | 현재 시장 전망 |
|---|---|---|
| 규모 | 8~10조원 | 20조원 내외 |
| 집행 방식 | 보편적 지원 | 선별적 타게팅 |
| 정책 성격 | 경기 부양 | 고유가 피해 지원 |
유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의 약 30%를 좌우합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연쇄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10조든 20조든, 재정 투입 시 물가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번처럼 소비쿠폰 방식의 보편적 지원은 오히려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현재 2,400만 배럴의 원유 비축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합니다. 2주라는 마진 라인 안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결된다면 초강수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만,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상황이 지속된다면 5부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정부지원금을 통한 피해 지원도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단속과 처벌의 실효성, 정책 간 상충 관계, 물가 자극 효과 등 고려할 변수가 많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